[글마당] 어떤 봄
진분홍 꽃잎을 무슨 축복인양 덮고 초록의 숲길에 멈춰선 차 한대 생의 운전대를 놓고 사라진 가장의 길은 보이지 않고 일그러진 손잡이가 꼬옥 닫아 놓은 계절 그 안에 반짝이는 이름표를 잃어버리고 엉겨 있는 식솔들 믿을 수 없다는 듯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고 웅크린 작은 냄비 안에 물기없이 말라가는 숟가락 하나가 안겨 있다 언젠가는 반듯하게 펴질 거라 믿으며 구겨진 날들을 견뎌온 이불 위로 태연하게 햇살 누워있는데 가훈인 듯 유서인 듯 유리창마다 푸른 이마를 대고 여전히 길을 찾고 있는 식솔 하나 S M I L E 웃을 수 없던 날들 울고 싶었던 날들이 환하게 웃으며 울컥울컥 쏟아내고 있는 봄 윤지영 / 시인·뉴저지글마당 진분홍 꽃잎 식솔 하나 숟가락 하나